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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컴퓨터

[마소] 내가 빼앗긴 채 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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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소 2004년 4월달. 이달의 독자란 ( p 83 ) ( 직접 타이핑 )

내가 빼앗긴 채 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책 읽을 시간에 새로운 C# 책 한 줄을 더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에 신경쓸 시간에 개발출에 좀더 익숙해저여 한다고 생각했다.  코더가 아닌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아니 먹고 살기 위해 컴퓨터 외의 것을 신경쓰면 이 분야에서 도태될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컴퓨터 외에는 무관심하다. 아니,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 나만이 이렇게 하고 있을까? 아니 ' 개발자' 란 직함을 갇고 있는 사람만 이럴까? 헌전사상 초유든 말든 '대통령 탄핵' 또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바로 무관심 속에 그냥 지나갈 줄만 알았다.

광화문 역 입구에서 양쪽으로 늘어선 의경들이나 그런 의경들과의 작은 마찰들로 인해 새삼 긴장도 됐지만 그런 감정은 잠시였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친근한 말투와 서로에 대한 배려,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배어있는 하나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공감대에 물드는 건 아주 잠깐의 시간이 소요될 뿐이었다. 주변에 나 같은 개발자가 또 있을까 싶어 손에 들고 있는 책이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지만 찾을 수 없었고, 순간 괜히 온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내가 여기에 왜 온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며쾌한 답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 질문은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로 옮겨갔다.  한가지 확실한 건 탄핵이 가결될 때의 국회 모습을 보고 숨쉬기가 어려웠다는 것 정도다.

그날 광화문에 모인 사람은 어린 아이들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1세대를 거쳐 2세대, 아니 3세대가 모인 느낌이었다. 누가 강요해서 참석한 건 아니란 사실은 참석해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잇는 분위기 였다. 여성 사회자는 "우리가 피땀 흘려 얻은 민주주의를 뺏길 수 없어" 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나도 빼앗긴 걸 아닐까? 어쩌면 내가 그동안 무관심하게 살았던 것이 '끝없는 신기술 습득' 이란 이 분야의 생존법칙에 따라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끝없는 야근' 으로 회사가 앗아간 내 시간을 스스로 찾기 위한 노력초자 포기한 것이 주범이 아니었을까? IT 초등학교 경진대회를 앞두고 더 많은 입상자를 배출해 학원 좀 알려보겠다는 학원 원장의 의지 하나로 엄청난 라인의 코드를 외우는 아이들과 내가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걸 느꼈다.

이내 날은 어두워지고 촛불을 밝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된 여러 행사가 시작되었다. 시위 현장에 처음 참석한 나로서는 대학시렁데 본 시위현장을 떠올려 봤을 때 왠지 부리부리하게 눈뜨고 꽉진 주먹을 높이 쳐들며 무시무시한 단어를 내 뱉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생각일 뿐이었다. 그날 과격한(?) 사람은 여성사회자와 나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들 다가는 집회 한번 다녀온 것 뿐인데도 뭔가 큰일을 한 것같은 유아틱(?)한 기분이 드는것은 자제할 수 없었다.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속이 쓰렸지만 마음만은 크게 부풀릴수 있었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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