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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오래된 공간

그래. 그냥 학교를 가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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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냥학교를가야했었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그리고 곧 예전에 친구가 살던집.
향교를 지나 그곳에 갔었다.

그리곤 계속 걸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곳에 갈때도 계속 걸었다.

오는길.
예전 내가 살던 동네.
그리고 윗 골목을 걸어 보았다.
나에게 윗 골목에 대한 기억이 없는것으로 보아,
난 당시 그곳에 대한 뭔지 모를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던것 같다.
내가 살던 동네. 그리고 그 골목. 하지만 너무나 어색했다.

여전히 한 귀퉁이에 있는 반찬가게.오직 그곳만 안 변했다.
혹시나 나를 알아 볼까하는 생각에 얼른 자리를 떠났다.

우리집 앞골목.
정말 초라하게도 짧다.
그 짧은 골목에서 내가 놀았다.
지금은 걸어서도 30초만 하면 다 지날법한 골목길.

나의 옛집.
물론 우리집은 아니었지만. 그곳 역시 이제는 흔적이 없다.
집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었고, 한쪽에서는 해바라기가 자라고,
시골에 있는 그것을 그대로 옮긴듯한 화장실과, 대청 마루.
역시나 이제는 없고, 철문으로 굳게 닫히고, 이상한건물이 삐죽 삐죽 서 있다.

놀이터.
한참을 뛰어 놀았던 놀이터. 시멘트. 하늘색의 미끄럼틀.
끼익끼익 거리던 그네. 모두 다 바뀌었다.
한켠의 점빵만이 아직도 그대로다.


어렸을 시절 큰것들은 이미 다 작아져 버렸다.


계속 걸었다.
계속 걸었다.
계속 걸었다.


시외버스 주차장.
강변.
진주성.
남강다리.
내가 갈 수 있는 곳,
옛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장소는 모두 걸었다.
그리곤 계속 걸었다.



등에서 차근히 흐르는 땀 한 방울이 느껴진다.
이마에 살푼히 맺히는 땀 한 방울이 느껴진다.



그래. 걷지 말았어야 했다.
일을 마치고 그냥 학교를 가야 했었다.

굳이. 그곳들을 일일이 시간을 내어 가며 걷지 말았어야 했다.
시간이 갈 수록 더 걷지 말았어야 했다.

남강다리를 걷지 말았어야 했고,
진주성을 걷지 말았어야 했고,
강변을 걷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놀이터에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


아직 나는 그렇지 않아야 한다.
다가올 것에 대한 흥분보다,
옛것에 대한 그리움이 많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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